영화 '엑스맨 : 다크 피닉스' 감상

0. 볼 만 했다.

1. 평이 "불닭복동" 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엄청나게 안 좋은데다가 감독 자신마저 인정한 초망작이라길래 뒤늦게 봤음. 근데 의외로 볼 만 했다. 사실 난 초중반까진 역대 엑스맨 시리즈 모든 영화들 중 3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좋았고 열차배틀까지도 그런대로 즐거웠다. 심지어 허탈 마무리조차 무리수가 많다지만 난 받아들일 만 했음.

2. 배우들 연기 잘 하더라. 수많은 악조건 속에서 고군분투하던데. ㅋㅋ (눈과 얼굴 대부분을 거대한 바이저로 가리고 표정연기해야하는 사이클롭스, 애초에 진부하고 평평하고 뻔한 외계침입자 캐릭터를 던져준 차스테인, 때뚱맞은 감정선 연기해야 하는 에릭과 행크, 시리즈 최고의 인격자이다가 갑자기 오락가락 위선 뻔뻔 속물 빙의해야 하는 찰스, 뭔가 있을 듯 의미심장 굴다가 광속퇴장하는 레이븐...) 특히 소피 터너와 마이클 패스밴더. 캐릭터 감정선이 중2 사춘기 소년소녀들처럼 마구 휙휙 바뀌며 튀던데, 그걸 그래도 그럭저럭 설득력 있게 해줬음.

음악 좋았고 영상미도 좋았다. 톤도 좋았고 액션 구성도 생각 많이 한 듯 기존 능력들(에릭이나 사이클롭스)조차 진부하지 않게 잘 짜놓았다. 심지어 난 스토리도 큰 그림은 좋던데.

3. 그럼 뭐가 문제냐. 2번에서도 좀 썼지만 인물조형이 완전히 엉망이네. 장르가 슈퍼히어로물인데도. 특히 캐릭터 일관성은 그냥 대놓고 버린 수준이다. 이 전작의 인물들과 연결되지 않는 때뚱맞은 캐릭터들은 다 뭐냐. 일단 피닉스 포스는 이번에 우주에서 갑자기 들어온게 아니라 이미 진 내부에 있었다고 전편에서 밝히지 않았나? 원작 설정에서도 진은 애초에 피닉스 되기 위해 태어난 존재였고. 차라리 찰스가 어렸을 때 정신적 벽으로 피닉스를 가두어놓았는데 성장과 우주 사고의 영향으로 그게 깨졌다고 설명하지.(하지만 그럼 피닉스를 추적해왔다는 외계인들이 설명 안 되지.) 행크와 에릭은 미스틱에 대한 연애감정 정리한 지 수만년 된 것 같은데, 왜 갑자기 케케묵은 옛 사랑 타령하며 복수귀가 되는지. 에릭은 그게 자신이 평생 추구하던 대의(뮤턴트 권익 보호)를 포기(시리즈 내내 노력해서 겨우 제도권에게 보장받은 뮤턴트 공동체의 존립 자체를 위험하게 만들 테러행위 저지름.)할 정도의 감정이었어? 그리고 또 왜 그리 쉽게 접는지. 팬들이 고대하던 퀵실버의 액션이나 에릭의 아들 복선이 내팽겨쳐진 것은 괜찮다. 그건 그냥 설정낭비일 뿐이니. 그러나 찰스 하라구로설이야 이젠 거의 캐넌처럼 자리잡은 밈이긴 한데, 저 타이밍에 그걸 써먹다니 많이 무리수네. (시리즈 시간선에 따르면 고작 몇 년 뒤면 성인급 인격자가 되는데.) 레이븐의 초반 퇴장도 시리즈에 공헌해온 캐릭터와 배우에 대한 적절한 취급이라고 보긴 어렵겠다. 초반 퇴장이 필요하더라도 뭔가 화려하게 보낼 수도 있었잖아.(염력으로 팍 미니까 슥 죽었음. 진짜 글자 그대로. 원래 세상 모든 죽음이 어처구니 없고 허탈하다지만...  갑자기 급리얼주의 노선?) 심지어 레이븐은 분장마저 역대 최저급으로 성의가 없었음. 대충 그려 분장한 게 그 짧은 시간 안에도 잘 보일 정도로. 중요한 슈퍼빌런도 가진 힘만 거대하지 배우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밋밋하기 짝이 없고. 얜 애초에 나쁜 일도 별로 안 하지 않았나? (물론 살인 같은 건 많이 했다. 지구급 재앙 규모론.)

슈퍼히어로 장르는 사실 스토리가 아닌 캐릭터들로 시리즈가 계속 연결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캐릭터의 일관성, 설정 유지가 중요한 장르다. 그걸 모를 감독이 아닐 텐데? 왜 그랬을까.

노래 'Happy' 등 노래


영화 '존 윅 3' 감상

0. 볼 만 했다.

1. 스토리는 여전히 지극히 단순하고 (발레처럼 안무 잘 짜인 액션씬들을 연결해주는) 핑계에 가까운 느낌.(칭찬.) 스토리가 겸손하고 조신하게 액션 뒤로 물러나있다.

2. 근데 여기 나온 인물들 중 키아누 리브스 액션이 제일 느리고 둔중하군. 전설급이라면서 몸이 제일 뻣뻣하고 서툴러. ㅋㅋ 순간적이고 원거리로 연결되는 총격 액션이 줄어들고 몸이 직접 얽히는 맨몸 격투가 늘어나니 확실히 알겠다. '레이드'에 나왔던 인도네시아 무술 콤비는 반가웠다! 그 영화에서 보여줬던 쓰러진 적에게 웃으며 일어나라는 특유의 손짓(+눈웃음 치기)도 나온다. (오마주인가?) 둘 다 키아누와 덩치차가 거의 두 배 가까이 나서 웃기기도 했음.(명절 레이드 때 조카몬들과 고군분투하는 삼촌 느낌.ㅋㅋㅋ) 의외로 가장 마음에 든 액션은 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소피아의 것. 갈포드의 추억. ㅋㅋ 아니, 근데 딸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적을 하나라도 더 만들거나 조직과는 척지지는 말아야지!(자기 입으로 그랬음.) 그러나 개가 총을 맞자 눈이 돌아간다.(그리고 일단 만류는 했지만 자신도 전적이 있는지라 차마 뭐라 말할 수는 없는 참애견인 존.ㅋㅋ) 개가 딸보다 윗순위? ㅋㅋ 

3. 도서관, 발레 극장, 마굿간, 카사블랑카 시장, 사원(?),사막... 눈이 즐겁더라. 액션 질 자체는 전과 같거나 오히려 떨어졌는데, 배경을 쉴 새 없이 바꾸고 화려하고 이국적으로 만드니 다르게 느껴지네.

4. 존이 왜 기껏 오랜 친구 윈스턴 죽일 결심하고 뉴욕에 돌아온 다음, 다시 그걸 쉽게 포기했는지 모르겠다. 캐릭터가 갈대가 아니라 "더 맨 오브 포커스, 쉬어 윌"이잖아. 게다가 이렇게까지 삶에 연연하는 사람이었나? 무릎을 꿇고 손가락을 잘라 바치면서까지? 옛 인연들 줄줄이 찾아가서 부탁하면서까지? 관리직으로 은퇴한 소피아 등을 찾아가 했던 강요(메달, 티켓)는 자신이 2편에서 그렇게도 당하기 싫어했던 은혜갚기룰 강요잖아. 그 때는 룰 지키기 그렇게 싫어했으면서, 이런 저런 룰들 다 깨고 다녔으면서, 그러면서도 룰을 깬 불이익은 받기 회피했으면서(장로 찾아가 자신만은 룰 적용 예외 처리해달라고 청탁했다. 예외가 있는 룰이 무슨 룰이야.;; 천룡인인가.;), 자기 유리할 때는 룰 찾아? (불살생률 적용 컨티넨탈 그라운드 이용 등. 그것도 자기가 사업금지 조약을 무시해 손해를 준 바로 그 호텔로 찾아가서 해당 조약 이용하는 뻔뻔함이라니!) 살아야 아내를 추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전작들까지만 해도 어차피 이 생에 큰 미련은 없는 몸, 될 대로 되라 식으로 좌충우돌하고 다녔던 것 같은데. 이런 장르는 스토리야 아무래도 좋지만 캐릭터가 흔들리거나 무너지면 치명적일 텐데? ㅋㅋ

영화 '미드소마' 감상

0. 볼 만 했다. 이하 스포일러 많음. 

1. 근데 스포일러가 의미 없는 영화긴 하다. 주입식 영화임. 감독이 이후 스토리 전개나 복선, 암시를 계속 가르쳐주고 복습까지 시켜주니까. 그 과도한 친절함과 배려가 은근히 모욕적이기까지 함. 무례로 인한 불쾌감을 노린 건가? 보다보면 대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이 쉽게 되고 그게 그대로 일어난다. 애초에 정석대로만 가고. 영화 자체가 무섭다기보단 안전하고 몽롱하고 괴이함.

2. 원래 사이비종교 이야기 좋아한다. 멀쩡한 사람이 사이비종교에 빠져 인생 말아먹는 이야기도 좋아하고, 낙오자가 사이비종교 세워 승승장구 흥하는 이야기도 좋아한다. 그래서 어디선가 이게 사이비종교 공포물이라길래 득달같이 달려가서 봤음. 근데 이거 사이비종교 소재 공포 + 로맨스던데.ㅋㅋㅋ 

여주와 헤어질 타이밍만 노리고 있지만 이별을 우유부단 미루고 있는 (이게 유일한 의지처를 잃은 여주가 까딱 사고칠까 걱정해서도 아닌 것이, 자기 여친을 친구들의 공동공격감으로 제공하고 있다. 요즘말로 "은따" 조장? 정작 자신은 친구들이 여친 공격하면 대신 변호하고 방어해주는 좋은 사람 입장에 서고. 여주를 독립시키지 않고 계속 자신에게 의지하게 만듬.)무성의하고 비열한 남친(근데 이 놈은 애인에게만 그러는 것도 아님. 친구에게도 야비하게 행동한다. 논문감 인터셉트 등.)과 그걸 알면서도 남친에 집착하며 비굴하고(여행 가는 걸 남주가 계획적으로 여주에게 숨긴 게 들통났는데도(당일 결정났다면서 이미 비행기 표는 예전에 다 사놨음.) 남주가 되려 적반하장 화내니까 사과하며 매달림.) 추하게 매달리던 의존적 여주.(여주도 그다지 가까이 하고 싶은 사람은 아닌 게, 정신적으로 자립 못 한 의존병자임. 남주를 시도 때도 없이(한밤중에도. 친구와 있을 때도.) 불러내서 기 빨고 자신의 감정 쓰레기통으로 삼음. 정서적으로 지치겠더라. 참작할 사정이 있긴 했지만.) 결국 여주가 남친 정리하고 이별하는 이야기쯤 되겠다. 이게 해피엔딩인지는 잘 모르겠다만. 왜냐하면 결말의 그 단호한 결별도 온전히 여주의 독립적 선택, 성장, 구원이라고 보긴 힘들기 때문에. 그보단 여주가 컬트 집단의 무언의 압박과 약기운, 체력고갈로 인해 엉망이 된 판단력, 남친 외도 목격으로 인한 감정적 스트레스, VIP 대접 둥기둥기... 등에 원래 약했던 멘탈이 무너지고 굴복해 그저 기존의 남친 대신 의존할 수 있는 새로운 유사가족 공동체로 갈아탔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저 여주는 이제 마을 사람들의 아이를 끝없이 낳아주는 출산기계 역할을 아마도 하게 될 듯.(좁은 사회의 근친교배 위험 완화할 외부인 피 수혈.)

3. 표현이 좀 상세하고 고어한 씬이 있긴 한데 별로 무섭진 않다. 계속 지겹게 미리 예고한 후에 예측한 것을 느리게 보여주니까. 영화 보면서 무서웠던 부분은 딱 하나. 공감폭력. 누가 내게 주먹을 휘두르면 어떻게든 방어할 수 있겠는데, 저렇게 개인으로, 또는 집단으로 내 허락도 받지 않고 공감 공격을 마구 시도해오면 어떻게 효과적으로 날 방어할 수 있을까 생각했음. 방어할 수는 있겠지만 주먹보단 확실히 번거롭겠다.

영화 내용과는 상관 없이 공감 관련. 영화 보면서 여성들끼리의 커뮤니티에선 서로에 대한 공감 노동이 기본 옵션인 것 같던데(그루밍처럼.), 바로 그게 여성들의 성취를 저해하는 작은 요인 중 하나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내 안의 여혐인가? 물론 주요인이 아니라 여러 부요인들 중 하나란 소리다.) 심력이나 관심, 신경 소모 등 자신의 한정된 사고 리소스를 그쪽에 계속 지속적으로 갈취당하니까.(주변에 누군가에게 혹시 공감노동해줘야만 할 일이 있나 상시 신경 쓰고 있어야만 함. 있으면 해줘야하고. 안 해주면 비례를 넘어 심지어 공격 행위로까지 받아들여지는 것 같음. 최악의 경우엔 (존 윅식) 엑스코뮤니카도.ㅋㅋ) 냉혈파충류 같은 남자들끼린 비공감 상호주의가 기본인지라(상사 등 갑과의 관계가 아닌 이상.) 그 쪽엔 자원을 할애 안 해도 그걸 서로 양해해주거든. 심지어 여성들조차 남성들이 그렇게 공감노동 안 하는 걸 양해해주고 용납해줌. 그러니 상대적으로 공감노동 안 해도 되는 남성들의 심력 가용자원이 많아질 수밖에 없지. ㅋㅋ

4. 중간 중간 웃음이 터져나오는 부분이 좀 있었다. 예를 들라면... 마취된 남주를 배 가르고 내장 들어낸 도살대 위 곰 옆에 눕히길래 다음 무서운 장면이 예상되어 떨었는데, 그냥 남주를 곰 안에 고스란히 집어넣었길래 웃었다. ㅋㅋ 남주가 곰돌이 잠옷 입은 듯 눈을 요리조리 굴리기까지 한다! 귀여워! ㅋㅋ 그거 보며 웃으면서 소 안에 돼지 넣어 굽는 중국요리법 떠올렸으면 공감능력 떨어지는 나쁜 놈일까? 여담이지만 그렇게 구우면 소는 까맣게 타버리고 오직 돼지만 꺼내먹는다. 그래, 사치스럽지. 소고기의 육즙과 향을 돼지고기가 흠뻑 빨아들여 맛있어진다고. 아니, 뭐 그렇다고.ㅋㅋ 근데 다른 관객들도 이 장면 말고 다른 장면들에서 종종 웃더라.

덧. 영화의 교훈 : "자신의 아픔에 공감해주는 사람을 조심하라." 사람은 대개 아프면 약해지기 마련이고, 약해졌을 때 누가 공감해주면 쉽게 넘어간다. 꼭 사이비종교뿐만이 아니라... 이를테면 자신이 여성인데 애인과 잘 안 풀려 속상하고 힘들고 외롭고 아플 때마다 항상 옆에 있어주며 그 아픔에 공감해주는 남자사람친구라든지. 물론 흑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순수한 선의겠지만.ㅋㅋ 공감은 주먹보다 훨씬 사람을 잘 무너뜨림.

영화 '고질라 - 킹 오브 몬스터'

0. 그럭저럭 볼 만 했다.

1. 스토리가 주는 재미 중시하는 사람은 안 보는 것이 좋을 듯. 다만 고지라 전시리즈를 섭렵한 마니아라면 영화 보는 도중 계속 던져주는 전작들과의 연관성 암시나 오마주, 자기인용 등을 받아먹으며 (덕후식으로) 즐거울 순 있겠다. 난 일본식 특촬물이나 괴수물엔 아무 관심도 없고 아는 것도 없어 모르겠더라. 

사실 스토리의 정합성이나 인물의 개연성 같은 것보다 훨씬 더 큰 기본 문제가 둘 있는데... 의미 없이 잘라먹고 방황하는 편집과 카메라 워크. -_- 예를 들어 괴수들끼리 좀 싸울라치면 꼭 그 주변에서 쓰잘데기 없이 돌아다니고 있는 인간 군상 자꾸 보여줌. 한 두 번 그러는 것도 아님. 아, 인간들이야 살든 죽든 가족 재결합하든 말든 아무 관심없다고. 관객을 욕구불만으로 만드려는 계획인가? 인간 없으면 괴수에겐 감정이입 못 할 것 같아 그러는 거야? 

2. 영상미는 훌륭하다. 특히 라돈, 모스라. 감독의 덕심이 느껴짐. 나방이 아름답다고 느낀 건 처음이었다. 오히려 투탑 주연급인 기도라와 고지라는 예상 그대로라 의외로 심심함. 아니, 둘 다 좋긴 한데, 그저 기존 방식을 더 크고 더 강하게 증폭시킨 뻔한 업그레이드 수준이라. 

3. 그러나 저 멋진 괴수들끼리 싸움하는 건 잘 안 보여줌. 싸우긴 하는데, 그 결과를 제시하지 과정은 종종 생략함. 역시 돈 문제인가.

따라서 욕구불만과 짜증과 지겨움 속에 3번쯤 자다 깨다 반복하며 봤다.(인간들 나올 땐 자고 괴수들 나올 땐 음향이나 음악이 쿵쾅거려 쉬이 깼다.) 아예 못 만들었으면 일치감치 기대 접고 잠이라도 잘 자고 왔겠는데, 기대 품게 만들면서 감질나게 저러고 있으니.-_-

책 '제왕의 위엄' 감상

0. 그럭저럭 끝까지 볼 만은 했다.

1. 따분하네. 내 취향과는 맞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난 이런 식으로 인간들끼리 벌인 일에 신들 끼워넣어 설명하는 이야기를 싫어함. (간접적이고 영향도 적지만 애초에 불필요. 신화는 좋아한다. 그 당시엔 나름 치열하고 최첨단인 세계 설명이지 않았을까?) 치트키잖아. 신이라는 최강의 원인, 가정, 전제를 끼워넣으면 세상만사 설명 안 되는 일이 없어지니까. 고민할 필요도 없어지고. 큰 미스테리를 더 큰 미스테리로 덮어버리는 식. 그건... 너무 쉽고 게으르잖아. 성의 없는 거짓말엔 돈 지불하기 싫어짐. (공들여서 잘 꾸민 거짓말은 좋아함.)

2. 주요 여성 배역 배려나(예전에 사마천의 사기 초한쟁패 파트 읽다가 이거 그 시대 기준으로도 꽤나 여혐 같다? 느끼기도 했다.ㅋㅋ 여성 파트만 나오면 뭔가 어둠의 다크 억울 환장 퍼스널리티 대폭발.ㅋㅋ 공정하자면, 사마천은 여치 치하에 대해 우호적 평가를 내린 몇 안 되는 역사가이기도 하다. "비록 신하들은 괴로웠으나 백성들은 편했다. 유방 치하보다도."라는 식으로. 사기는 원래 패배자나 약자, 소외자, 비주류에게 꽤나 우호적이고 동정적이다. 자치통감과는 정반대.) 아예 여성으로 성전환시켜 쿼터를 채우는 등 현대적 접근도 눈에 띈다. 좋은 미국식 번안이네. 

3. 속편 볼 마음은 없다. 재미가 없으니.

4. 1번. 돌이켜보니 난 초한지는 철저히 유물론적 관점에서 접근한 버전을 좋아하는 것 같음. 삼국지는 또 그렇지 않은데. 왤까?

책 '식스 웨이크' 감상

0. 그럭저럭 볼 만 했다.

1. 꽤나 흥미진진한 상황으로 시작해 한껏 기대를 품게 만들더니... 갈수록 엉성하고 지겨워진다. 추리소설로는 (작가만 아는) 숨겨진 설정들을 반칙적으로 사용하고 SF로는 정합성이 부족하며 성장물로는 감정 억지가 좀 있다. 왜 고평가를 받는지 모르겠네.

2.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만들어 노예화시키는 것 자체에 윤리적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었나보네. 범죄자는 공동체의 필요에 따라선 노예화시켜도 되는 거야? 이게 "기분"이 나빠지는 수준의 문제? 작중 암시 보면 하는 것 봐서 나중에 다시 인간으로 복귀시켜주겠다는 뉘앙스를 주긴 하지만, 그럼 해도 돼? 사실 그게 꼭 필요한 것도 아니었음.(논란이 상대적으로 적을 대안이 있었고 이미 그 시점에서 잘 동작중이었음.)

책 '역향유괴' 감상

0. 그럭저럭 볼 만 했다.

1. 시마다 소지 추리소설상을 수상했다길래 읽었는데, 시시하네. 얕고 피상적이다. 글도 산만함.

2. 범인은 뻔했고 트릭은 끝까지 긴마민가했다. 처음 보는 작가를 신뢰할 수 있을지 몰랐기 때문에. 의외로 성실하게 단서 주고 회수하네.

3. 애초에 꼬리 안 잡히고 안전하게 몸값 받기 목적이라면 더 좋은 방법이 있었다. 왜 위험하게 오프라인을 굳이 연계시킴? 그냥 계속 온라인으로만, 예를 들어 모X로 같은 암호화폐 중에서도 다크 코인 계열로 받지. 처음부터 그런 용도로 추적 특별히 더 힘들게 만들어진 코인들 아닌가. 전세계 거래소들에 가상 거래 계좌 한 100개쯤 만들어 약간의 손해 감수하고 소액으로 쪼개 사고 팔기 한 10000번쯤(봇을 통해 자동으로) 몇 년에 걸쳐 한 후 신원 확인 허술한 나라의 계좌에서 환금하면 잡기 꽤나 힘들 걸. 아주 작정하고 대량의 인력을 투입해 전세계적 공조를 받아 몇 년 수사하면 어쩌면 잡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허황된 가정이지. 그럴 급의 범죄가 아니니. (잡범급.) 수사력도 한정된 자원이라 발생한 범죄들을 가치판단해 우선순위 매겨 자원분배하는 것 같던데. 그럼 언제나 대량 연쇄 살인이나 국가전복 시도 같은 게 먼저겠지. 공개해서 언론조명 받아 스타 되기 동력쪽엔 타초경사의 우(경제 위기 초래 가능성)가 있고.

영화 '어벤져스 : 엔드게임' 감상

0. 꽤 볼 만 했다. 이하 스포일러 많음.

1. 팬서비스로 가득한 상품. 팬들이 가장 보고 싶어하는 것을 제대로 파악해 제대로 보여준다. 덕후 소망 충족 머신이랄까. 그래서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고. 작가주의 관점 관객들은 이걸 아부나 영합이나 제자리걸음으로 볼 듯. 덕후들과 함께 보면 상영 시간 내내 탄성과 환호와 흐느낌이 그치지 않겠더라. ㅋㅋ 난 즐거웠다. 특히 각자의 과거로의 추억여행 부분.

2. 후반 클라이막스의 액션씬은 대규모 집단액션씬만 따지면 MCU 사상 역대 최고였다. 인피니티 워의 뿜기던 군사적 저능함도 없고.(없다기보단 잘 눈에 띄지 않는다. 할 수 있었으면 처음부터 계속 궤도폭격하지 왜 백병전 전개?)

3. 이미 정해져있는 결말에 끼워맞추기 위해 무리한 설정이나 편의적 전개를 남발해 거슬린다. 이건 후속작들에서 자잘한 추가변명들을 붙여 얼마든지 설득력을 부여할 수 있겠다. 그러나 한 작품 안에서 완결성을 가지지 못했다는 사실은 여전히 남음. 일단은 대단원이라니까.

4. 타노스가 "the 진정성" 하난 제대로 증명했군. 모든 것을 이룬 뒤엔 군대도 해산하고 스톤도 파괴하고 홀로 농사 짓고 있었음. 목표 달성한 뒤니 자신의 죽음마저 크게 개의치 않는다. 애초에 자신의 목숨도 목표 달성 위한 도구에 불과했고 절반 추첨에서 공정했으니.

전작에서 보여준 "최소한의 공감 여지는 남겨둔 악역"으로서의 캐릭터성이 망가졌단 비판 관련해선... 타노스가 마지막 가서 본말전도(애초에 나머지 절반을 살리기 위한 절반 멸망이었는데.)로 전우주 완전멸망을 시도하는 건, 이미 이겼고 완벽하게 마무리했던 일을 어벤져스가 과거로 시간여행까지 해가며 억지로 무효화시키려는 것을 봤기 때문에(그리고 그게 가능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발본색원 차원에서 그러는 것 아닐까? 이런 놈들이 있다면 절반 멸망 성공해도 안심하고 스톤을 파괴하고 죽을 수도 없잖아? 게다가 우주 차원에선 그저 미물일터인 지구인들이 그럴 수 있다면 다른 더 강대한 우주적 존재들은 더 쉽게 그럴 수 있겠지. 그러니 기회 있을 때 싹 다 죽이고(과거 되돌릴 가능성 남겨두지 않고) 새로 시작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을 듯.(무리한 논리비약인 것은 맞음.) 애초에 전작에서 온갖 간난과 고초를 다 겪었던 최종성장판 타노스에 비하면 아직 미숙한 풋사과 버전 타노스이기도 했다.

5. 캡아가 대의를 저버리고 사적인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히어로로서의 책임을 방기하고 동료들과 지금 세상을 저버렸다는 비판 관련. 난 그래서 좋던데. 원래 이기적인 사람 좋아한다. 사인도 아니고 영웅이 그래도 되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영웅도 사인이지. 행복추구권도 아마 가지고 있을 것 같다. 사실 그동안 얘는 보면서도 영웅이라기보단 자기 있을 자리 만드려고 무리하는 외토리 고아 보던 심정이었다. 자기 시대에서 낙오한 미아, 고아, 소외자가 드디어 행복하게 있을 수 있는 자리 찾아 돌아간다는데 응원해주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드디어 그 놈의 "어벤져스, 어셈블!" 한 번 들어보는구나. "헤일, 하이드라~."도.ㅋㅋ

6. 토르는 전작에서 홀로 오버스펙이라 너프가 필요하다고 생각은 했는데, 그걸 심리적 요인으로 걸었다. 폐인이 될 이유는 다 보고 나와서 생각해보니 충분했으나 관람 당시에는 제시가 부족했다고 생각했다. 얘는 적어도 한 번은 더 나오겠군.

7. 아이언맨은... 사실 마지막에 가서 어벤져스 1편 때처럼 갑자기 코믹하게 되살아나지 않을까 순간 기대하기도 했지만 작품 내외적으로 그럴 수 없는 흐름 맞겠지. 잘 죽었고 잘 은퇴했다. 작중 내내 최고의 비중으로 최고의 예우를 받음. 5번 관련, 대의와 사익 추구 갈등 관련 행적이 캡틴과 정확히 대칭으로 대조되는 점이 재미있다.

8. 헐크는 느닷없이 완전체가 되었네. 은퇴 플래그로군.ㅋㅋ

덧. 5번 관련. 다시 생각해보니, 지금 세상만이 아니라 무수한 많은 세상에 폐를 끼쳤군. 스톤 돌려주러 간 과거 세계에서 몇 십년을 눌러 살았으니 어쩔 수 없이 원래 세계선과는 다른 미세한 분기점들이 수없이 발생, 거기에서 평행세계들이 계속 만들어졌을 터. 이건 헐크가 에인션트 원에게 약속했던 평행세계 제로화, 미치는 영향 최소화 방침에 정면으로 반한다. 아무리 장삼이사로 신분 감추고 페기와 둘이 조용히 살았어도 그의 존재 자체가 이전 우주엔 없었던 새로운 변수니까. 

드라마 'the OA' 시즌 1,2 감상

0. 그럭저럭 재미있었다.

1. 난 언제나 사람들이 사이비종교에 빠져드는 매커니즘에 대해 재미를 느껴왔다. 언젠가는 나도 사이비종교에 빠져 가진 모든 것을 날리고 인생 말아먹을 것 같다는 공포를 은연중에 가지고 있기도 하고. 그래서 여기서도 처음에는 신흥 컬트의 초기 성립 과정을 그린 것 아닐까 기대하며 봤다. 그러니까 여주가 사이비 종교 교주고, 난 그에 영향 받아 감화, 세뇌되어가는 5명의 친위대 중 1인이라고 이입해서 극을 따라갔다. 그래서 무서우면서도 재미있었음. ㅋㅋ 애정결핍 때문에 남의 관심을 끌려고 자신에겐 유령이나 UFO가 보인다고 거짓말하다가 스스로도 자신의 거짓말에 심취해버리는 아이들은 종종 있잖아? 피학대 등 끔찍한 개인적 경험 뒤에 보상 심리로 신흥 종교를 세우는 사례도 그리 드문 것도 아니고. 사실 저 모든 것이 그냥 여주의 망상일까, 진짜일까, 악의적 사기일까 의구심 품으며 볼 때가 가장 즐거웠지. 1시즌 결말까진 그래도 다양한 해석 가능성을 열어놔서 좋았는데 2시즌 시작되고 나선 어느 한 쪽이라고 확정해버린 상황이니 흥미가 줄어들었음. 

2. 시즌 2 조연 중 하나의 독서 취향이 사변소설(과학 소설이 아니라)인데, 추천작으로 옥타비아 버틀러의 책이 나온다. 대표작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꽤 마니악하네. 

일본 모 사이비 종교의 대중적 전파가 그리도 쉬웠던 이유 중 하나가 SF 장르 저변 확대 때문이라는 분석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지. 그래서 해당 종교 교리 좀 들여다보니 이거 완전 SF 클리셰 총집편이더만. ㅋㅋ 그 쪽으로 길을 개척한 선두주자 L. 론 허*바드도 있고. 내가 보기에 SF는 소외자, 부적응자, 루저, 아싸들이 모여들기 좋은 장르임.(따라서 종교나 사회운동으로 연결하기 좋다.) 사실 문학 자체가 그러하다. 이미 행복했다면 누가 문학 따위 붙잡고 있을까. 

3. 10대들은 무섭지. 한 번 믿게 되면 브레이크가 안 걸리니. 그 박력. 모 장면을 보면서 저게 만일 실제라면 생각하니(10대들이 죽은 친구 되살리겠다고 응급차도 경찰도 안 부르고 시체 주위에서 이상한 체조를 단체로 장시간 계속 하고 있다고 상상해보라.) 소름 돋았음. 칭찬이다. 내가 저들 중 하나였다면 저 미친 행동에 의미가 있다고 믿었겠지. 특히 스티브는 딱 친위대장, 행동대장으로 선두에 내세워 교적살해 등 희생양으로 써먹기 좋겠네.

4. 내겐 1시즌이 더 재미있었다. 그걸 더 확장 심화시키려 시도한 2시즌은 즐겁긴 했으나 큰 야심에 느린 손이 따라가지 못하는 느낌. 3시즌은 떡밥 보니 그냥 안 나오는 편이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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