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왕의 위엄' 감상

0. 그럭저럭 끝까지 볼 만은 했다.

1. 따분하네. 내 취향과는 맞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난 이런 식으로 인간들끼리 벌인 일에 신들 끼워넣어 설명하는 이야기를 싫어함. (간접적이고 영향도 적지만 애초에 불필요. 신화는 좋아한다. 그 당시엔 나름 치열하고 최첨단인 세계 설명이지 않았을까?) 치트키잖아. 신이라는 최강의 원인, 가정, 전제를 끼워넣으면 세상만사 설명 안 되는 일이 없어지니까. 고민할 필요도 없어지고. 큰 미스테리를 더 큰 미스테리로 덮어버리는 식. 그건... 너무 쉽고 게으르잖아. 성의 없는 거짓말엔 돈 지불하기 싫어짐. (공들여서 잘 꾸민 거짓말은 좋아함.)

2. 주요 여성 배역 배려나(예전에 사마천의 사기 초한쟁패 파트 읽다가 이거 그 시대 기준으로도 꽤나 여혐 같다? 느끼기도 했다.ㅋㅋ 여성 파트만 나오면 뭔가 어둠의 다크 억울 환장 퍼스널리티 대폭발.ㅋㅋ 공정하자면, 사마천은 여치 치하에 대해 우호적 평가를 내린 몇 안 되는 역사가이기도 하다. "비록 신하들은 괴로웠으나 백성들은 편했다. 유방 치하보다도."라는 식으로. 사기는 원래 패배자나 약자, 소외자, 비주류에게 꽤나 우호적이고 동정적이다. 자치통감과는 정반대.) 아예 여성으로 성전환시켜 쿼터를 채우는 등 현대적 접근도 눈에 띈다. 좋은 미국식 번안이네. 

3. 속편 볼 마음은 없다. 재미가 없으니.

4. 1번. 돌이켜보니 난 초한지는 철저히 유물론적 관점에서 접근한 버전을 좋아하는 것 같음. 삼국지는 또 그렇지 않은데. 왤까?

책 '식스 웨이크' 감상

0. 그럭저럭 볼 만 했다.

1. 꽤나 흥미진진한 상황으로 시작해 한껏 기대를 품게 만들더니... 갈수록 엉성하고 지겨워진다. 추리소설로는 (작가만 아는) 숨겨진 설정들을 반칙적으로 사용하고 SF로는 정합성이 부족하며 성장물로는 감정 억지가 좀 있다. 왜 고평가를 받는지 모르겠네.

2.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만들어 노예화시키는 것 자체에 윤리적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었나보네. 범죄자는 공동체의 필요에 따라선 노예화시켜도 되는 거야? 이게 "기분"이 나빠지는 수준의 문제? 작중 암시 보면 하는 것 봐서 나중에 다시 인간으로 복귀시켜주겠다는 뉘앙스를 주긴 하지만, 그럼 해도 돼? 사실 그게 꼭 필요한 것도 아니었음.(논란이 상대적으로 적을 대안이 있었고 이미 그 시점에서 잘 동작중이었음.)

책 '역향유괴' 감상

0. 그럭저럭 볼 만 했다.

1. 시마다 소지 추리소설상을 수상했다길래 읽었는데, 시시하네. 얕고 피상적이다. 글도 산만함.

2. 범인은 뻔했고 트릭은 끝까지 긴마민가했다. 처음 보는 작가를 신뢰할 수 있을지 몰랐기 때문에. 의외로 성실하게 단서 주고 회수하네.

3. 애초에 꼬리 안 잡히고 안전하게 몸값 받기 목적이라면 더 좋은 방법이 있었다. 왜 위험하게 오프라인을 굳이 연계시킴? 그냥 계속 온라인으로만, 예를 들어 모X로 같은 암호화폐 중에서도 다크 코인 계열로 받지. 처음부터 그런 용도로 추적 특별히 더 힘들게 만들어진 코인들 아닌가. 전세계 거래소들에 가상 거래 계좌 한 100개쯤 만들어 약간의 손해 감수하고 소액으로 쪼개 사고 팔기 한 10000번쯤(봇을 통해 자동으로) 몇 년에 걸쳐 한 후 신원 확인 허술한 나라의 계좌에서 환금하면 잡기 꽤나 힘들 걸. 아주 작정하고 대량의 인력을 투입해 전세계적 공조를 받아 몇 년 수사하면 어쩌면 잡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허황된 가정이지. 그럴 급의 범죄가 아니니. (잡범급.) 수사력도 한정된 자원이라 발생한 범죄들을 가치판단해 우선순위 매겨 자원분배하는 것 같던데. 그럼 언제나 대량 연쇄 살인이나 국가전복 시도 같은 게 먼저겠지. 공개해서 언론조명 받아 스타 되기 동력쪽엔 타초경사의 우(경제 위기 초래 가능성)가 있고.

영화 '어벤져스 : 엔드게임' 감상

0. 꽤 볼 만 했다. 이하 스포일러 많음.

1. 팬서비스로 가득한 상품. 팬들이 가장 보고 싶어하는 것을 제대로 파악해 제대로 보여준다. 덕후 소망 충족 머신이랄까. 그래서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고. 작가주의 관점 관객들은 이걸 아부나 영합이나 제자리걸음으로 볼 듯. 덕후들과 함께 보면 상영 시간 내내 탄성과 환호와 흐느낌이 그치지 않겠더라. ㅋㅋ 난 즐거웠다. 특히 각자의 과거로의 추억여행 부분.

2. 후반 클라이막스의 액션씬은 대규모 집단액션씬만 따지면 MCU 사상 역대 최고였다. 인피니티 워의 뿜기던 군사적 저능함도 없고.(없다기보단 잘 눈에 띄지 않는다. 할 수 있었으면 처음부터 계속 궤도폭격하지 왜 백병전 전개?)

3. 이미 정해져있는 결말에 끼워맞추기 위해 무리한 설정이나 편의적 전개를 남발해 거슬린다. 이건 후속작들에서 자잘한 추가변명들을 붙여 얼마든지 설득력을 부여할 수 있겠다. 그러나 한 작품 안에서 완결성을 가지지 못했다는 사실은 여전히 남음. 일단은 대단원이라니까.

4. 타노스가 "the 진정성" 하난 제대로 증명했군. 모든 것을 이룬 뒤엔 군대도 해산하고 스톤도 파괴하고 홀로 농사 짓고 있었음. 목표 달성한 뒤니 자신의 죽음마저 크게 개의치 않는다. 애초에 자신의 목숨도 목표 달성 위한 도구에 불과했고 절반 추첨에서 공정했으니.

전작에서 보여준 "최소한의 공감 여지는 남겨둔 악역"으로서의 캐릭터성이 망가졌단 비판 관련해선... 타노스가 마지막 가서 본말전도(애초에 나머지 절반을 살리기 위한 절반 멸망이었는데.)로 전우주 완전멸망을 시도하는 건, 이미 이겼고 완벽하게 마무리했던 일을 어벤져스가 과거로 시간여행까지 해가며 억지로 무효화시키려는 것을 봤기 때문에(그리고 그게 가능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발본색원 차원에서 그러는 것 아닐까? 이런 놈들이 있다면 절반 멸망 성공해도 안심하고 스톤을 파괴하고 죽을 수도 없잖아? 게다가 우주 차원에선 그저 미물일터인 지구인들이 그럴 수 있다면 다른 더 강대한 우주적 존재들은 더 쉽게 그럴 수 있겠지. 그러니 기회 있을 때 싹 다 죽이고(과거 되돌릴 가능성 남겨두지 않고) 새로 시작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을 듯.(무리한 논리비약인 것은 맞음.) 애초에 전작에서 온갖 간난과 고초를 다 겪었던 최종성장판 타노스에 비하면 아직 미숙한 풋사과 버전 타노스이기도 했다.

5. 캡아가 대의를 저버리고 사적인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히어로로서의 책임을 방기하고 동료들과 지금 세상을 저버렸다는 비판 관련. 난 그래서 좋던데. 원래 이기적인 사람 좋아한다. 사인도 아니고 영웅이 그래도 되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영웅도 사인이지. 행복추구권도 아마 가지고 있을 것 같다. 사실 그동안 얘는 보면서도 영웅이라기보단 자기 있을 자리 만드려고 무리하는 외토리 고아 보던 심정이었다. 자기 시대에서 낙오한 미아, 고아, 소외자가 드디어 행복하게 있을 수 있는 자리 찾아 돌아간다는데 응원해주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드디어 그 놈의 "어벤져스, 어셈블!" 한 번 들어보는구나. "헤일, 하이드라~."도.ㅋㅋ

6. 토르는 전작에서 홀로 오버스펙이라 너프가 필요하다고 생각은 했는데, 그걸 심리적 요인으로 걸었다. 폐인이 될 이유는 다 보고 나와서 생각해보니 충분했으나 관람 당시에는 제시가 부족했다고 생각했다. 얘는 적어도 한 번은 더 나오겠군.

7. 아이언맨은... 사실 마지막에 가서 어벤져스 1편 때처럼 갑자기 코믹하게 되살아나지 않을까 순간 기대하기도 했지만 작품 내외적으로 그럴 수 없는 흐름 맞겠지. 잘 죽었고 잘 은퇴했다. 작중 내내 최고의 비중으로 최고의 예우를 받음. 5번 관련, 대의와 사익 추구 갈등 관련 행적이 캡틴과 정확히 대칭으로 대조되는 점이 재미있다.

8. 헐크는 느닷없이 완전체가 되었네. 은퇴 플래그로군.ㅋㅋ

덧. 5번 관련. 다시 생각해보니, 지금 세상만이 아니라 무수한 많은 세상에 폐를 끼쳤군. 스톤 돌려주러 간 과거 세계에서 몇 십년을 눌러 살았으니 어쩔 수 없이 원래 세계선과는 다른 미세한 분기점들이 수없이 발생, 거기에서 평행세계들이 계속 만들어졌을 터. 이건 헐크가 에인션트 원에게 약속했던 평행세계 제로화, 미치는 영향 최소화 방침에 정면으로 반한다. 아무리 장삼이사로 신분 감추고 페기와 둘이 조용히 살았어도 그의 존재 자체가 이전 우주엔 없었던 새로운 변수니까. 

드라마 'the OA' 시즌 1,2 감상

0. 그럭저럭 재미있었다.

1. 난 언제나 사람들이 사이비종교에 빠져드는 매커니즘에 대해 재미를 느껴왔다. 언젠가는 나도 사이비종교에 빠져 가진 모든 것을 날리고 인생 말아먹을 것 같다는 공포를 은연중에 가지고 있기도 하고. 그래서 여기서도 처음에는 신흥 컬트의 초기 성립 과정을 그린 것 아닐까 기대하며 봤다. 그러니까 여주가 사이비 종교 교주고, 난 그에 영향 받아 감화, 세뇌되어가는 5명의 친위대 중 1인이라고 이입해서 극을 따라갔다. 그래서 무서우면서도 재미있었음. ㅋㅋ 애정결핍 때문에 남의 관심을 끌려고 자신에겐 유령이나 UFO가 보인다고 거짓말하다가 스스로도 자신의 거짓말에 심취해버리는 아이들은 종종 있잖아? 피학대 등 끔찍한 개인적 경험 뒤에 보상 심리로 신흥 종교를 세우는 사례도 그리 드문 것도 아니고. 사실 저 모든 것이 그냥 여주의 망상일까, 진짜일까, 악의적 사기일까 의구심 품으며 볼 때가 가장 즐거웠지. 1시즌 결말까진 그래도 다양한 해석 가능성을 열어놔서 좋았는데 2시즌 시작되고 나선 어느 한 쪽이라고 확정해버린 상황이니 흥미가 줄어들었음. 

2. 시즌 2 조연 중 하나의 독서 취향이 사변소설(과학 소설이 아니라)인데, 추천작으로 옥타비아 버틀러의 책이 나온다. 대표작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꽤 마니악하네. 

일본 모 사이비 종교의 대중적 전파가 그리도 쉬웠던 이유 중 하나가 SF 장르 저변 확대 때문이라는 분석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지. 그래서 해당 종교 교리 좀 들여다보니 이거 완전 SF 클리셰 총집편이더만. ㅋㅋ 그 쪽으로 길을 개척한 선두주자 L. 론 허*바드도 있고. 내가 보기에 SF는 소외자, 부적응자, 루저, 아싸들이 모여들기 좋은 장르임.(따라서 종교나 사회운동으로 연결하기 좋다.) 사실 문학 자체가 그러하다. 이미 행복했다면 누가 문학 따위 붙잡고 있을까. 

3. 10대들은 무섭지. 한 번 믿게 되면 브레이크가 안 걸리니. 그 박력. 모 장면을 보면서 저게 만일 실제라면 생각하니(10대들이 죽은 친구 되살리겠다고 응급차도 경찰도 안 부르고 시체 주위에서 이상한 체조를 단체로 장시간 계속 하고 있다고 상상해보라.) 소름 돋았음. 칭찬이다. 내가 저들 중 하나였다면 저 미친 행동에 의미가 있다고 믿었겠지. 특히 스티브는 딱 친위대장, 행동대장으로 선두에 내세워 교적살해 등 희생양으로 써먹기 좋겠네.

4. 내겐 1시즌이 더 재미있었다. 그걸 더 확장 심화시키려 시도한 2시즌은 즐겁긴 했으나 큰 야심에 느린 손이 따라가지 못하는 느낌. 3시즌은 떡밥 보니 그냥 안 나오는 편이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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