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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재미있었다.
1. 본격 심문 영화. 총 쏘는 장면보다 사람 심문하는 장면이 더 재밌다. 2. 음, 내겐 지하술집 나오는 챕터가 가장 재미있었다. 서로 을러보고 떠보고 게임하던 그 챕터. 조연들로만 이뤄진. 그 부분만 뚝 잘라 보여줬어도 난 만족했을 것 같다. 나머지 챕터들은 그럭저럭 재미있었긴 했는데.. 너무 길어서 지겨웠다. 3. 그 유대인 사냥꾼이 사실상 주인공 같음. 영화 '조 블랙의 사랑'(거기도 브래드 피트 나옴.)에서 헤로인 약혼자로 나온 배우와 혼동했다. 영화 다 끝나고 리플릿 보고서야 다른 사람인 것을 알았다. 사실 지금도 구별이 안 감. 근데 왜 나만 그렇게 느끼나. 희한하네. 정말 닮았던데.-_-;;;; 4. 스토리 전개에 필요해서라기보다는 감독이 찍고 싶어 별렀던 씬들을 마음껏 찍어본 것처럼 보임. 예를 들면 사람들로 가득찬 밀폐 공간에 방화한 뒤 기관총 난사하는 씬이라든가(그럴 필요가 있었나?), 여자 목을 손으로 졸라 죽이는 씬이라든가(그럴 필요가 있었나?), 배트로 사람 때려 죽이는 씬이라든가(그럴 필요가...), 흑백영화 상영중인 스크린에 가득한 거대얼굴 밑에서부터 화르륵 불이 붙어 올라오는 씬이라든가. 음, 쓰고 보니 뭔가 굉장히 잔혹하고 반사회적이고 위악적이고 치기 어리고 싸구려틱한 영화처럼 들리는데, 아니, 근데 실제로도 그렇다. :P 오버한다는 느낌에 가끔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즐거웠다. 개연성이나 역사적 정합성, 전체 톤의 일관성 같은 것 엄격히 따지는 관객은 이 영화 좋아하기 힘들 듯. 5. 근데 테이블 매너들 진짜 개판이시구려. 매너만으로도 사람 죽일 수 있겠소. -_-
0. 꽤 재미있었다.
1. 전편격인 '일리움'을 읽고 감상을 어떻게 썼을까 궁금해서 찾아봤다. 안 썼더라. 왜 그랬는지 짐작은 간다. 그때와 비슷하게 느끼니까. 난 이 책에 혐오와 호감, 감탄과 실망, 놀라움과 진부함을 동시에 느낀다. 한마디로 혼란스럽다. 2. '해석'은 철학자들이나 좋아하는 것이고, 과학자들은 철학자들이 낸 해석에 별 신경 안 쓸 것이다. 수식이 아니라 일상 언어로 번역한 과학이론엔(과학자가 낸 해석조차) 언제나 오류가 잡음처럼 들어간다. 과학논문들이 복잡한 수식들로 이루어지는 이유는, 그게 가장 정확하고 쉽고 효율적인 표현방법이기 때문이다. 일을 괜시리 어렵게 하기 위함이 아니라. 난 양자역학에 대해서 거의 아무 것도 모르지만, 코펜하겐 해석은 이런 뜻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안다. 게다가 여기선 '쿼런틴'보다도 더 황당한 소리를 주장하는데, 그러니까 의식적 관측에 의한 선택적 수축 수준도 아니라, 아예 의식적 상상에 의한 선택적 창조 수준.;; 어차피 이건 과학도 철학도 아니고 그냥 이야기일 뿐이니, 낼 수 있는 반박은 이 정도일 듯 싶다. "그건 너무 손쉽고 진부한(2000년대엔) 해결책이잖아." -__- '일리움'에서부터 이 잡탕난장극을 어떻게 해결할까 무척 기대했는데. ;;; 이건 거의 반칙 같다고 느낀다. 3. 음, 그리고 챕터 4부터 길게 늘어놓는 뒷이야기들은 내겐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 것들뿐이라서 많이 지루했다. 그전까지는 아주 즐거웠다. 4. 세베토스의 굴욕. ;; 뭔가 거창하게 등장했다가 초라하게 강퇴당하는구나. 하긴 그런 캐릭터가 어디 세베토스 뿐이겠냐만은. 설마 '히페리온'의 쉬라이크도 이럴까 싶어 무섭다. 5. 시공을 초월한 영생을 얻고도 하고 싶은 일이 고작 사랑놀이냐. -_- 수천년간 그러고도 안 질려? 난 시코락스의 선택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라면 둘 다 (특히 자기에게 무슨 대단한 가치라도 있는 것처럼 시건방진 노먼부터.) 쏴버리고 외우주로 혼자 탐사 여행 떠났을 텐데. 6. 7. 이것저것 좀 불만족스럽긴 했는데(전편에 기대가 너무 컸다.), 그걸 감안하고도 참 즐거웠다. 난 이 작가가 좋다. 이 작가의 책은 번역되는 족족 사겠다.
0. 그럭저럭 볼 만은 했다. 이 뒤론 책과는 별 상관 없는 잡소리다. 읽으면서 책관 별 상관 없는 잡생각만 했으니까.-_-
1. 장르간 교배는 쉽지 않다. 예를 들어, 탐정소설과 공상과학소설은 의외로 잘 융합되지 않는다. 논리와 이성, 과학적 방법론, 현실주의, 합리주의 등 비슷한 도구들과 가치관, 세계를 공유하는 것 같으면서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런 것 아닐까 싶다. 전자는 최종적으로 사고의 수축 효과를 목표로 하고, 후자는 사고의 확장 효과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전자는 신빙성 높은 여러 가설들을 늘어놓은 후 그 중 단 하나만을 결과적으로 채택하는 '낮의 과학'(사고의 흐름은 확장-수축순)인 셈이고... 후자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여러 가설들을 무책임하게 마구 전개해보는 '밤의 과학'(수축-확장순)인 셈이다. 지나친 단순화이긴 한데. 2. 1번이 '별의 계승자'를 환호하며 읽으면서도 혼란스러웠던 이유였다. 일단 표면적 흐름은 전형적인 범인 찾기식 탐정소설인데(작가가 사용하는 기법도. 독자의 주의 흐리기, 시선 끌기, 용의자 호도하기, 동기 감추기...), 그렇게 해서 나온 효과는 전형적인 과학소설의 그것, 확장감이었기 때문이다. 음, 솔직히 그럴 수 있다는 것 자체에 놀랐다. 3. 물론 두 쾌감 모두 과학의 것이다. 확보한 증거들을 검토,분석, 검증해, 주어진 현상을 단 하나의 단순한 가설로 명료하게 설명해 낼 수 있을 때의 쾌감도, 비약과 공상을 통해 이 현상을 다른 무수히 많은 가능성들로 무책임하게 확장시킬 때의 쾌감도. 귀납적 방법론도, 연역적 방법론도. 과학은 둘 다를 필요로 한다. 그러니까 '별의 계승자'가 실은 탐정소설이라는 비아냥은 이 소설에 대한 찬사도 되는 셈이다. (사실 SF팬이나 그걸 비아냥이라고 받아들이겠지. ) 4. 1번으로 돌아가서, '별의 계승자'는 예외 사례고(이종교배라기보다는 장르내 재발견.)... 이종 장르들을 성공적으로 융합시켰다는 찬사를 듣는 작품들을 읽어보면 대개 피상적 융합에서 멈추더라. 이 책 '이미 죽다'처럼. 양 쪽에서 무작위적으로 장르 요소들을 가져다 조합하는 선을 간신히 벗어났다 싶으면, 거의 대부분, 한 쪽 장르가 스타일을 제공하고 다른 쪽 장르가 스피릿을 제공하는 수준에서 자족한다. 하지만 이 수준 달성조차 쉽지 않은데, 장르소설에서 스타일과 스피릿은 말처럼 그리 명확히 분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분리되나?) 결과적으로는 작가가 의도치 않았던(아마도) 잡맛들이 지저분하게 끼어들곤 한다. 5. 탐정소설의 스피릿과 공상과학소설의 스피릿이라. 장르의 정수는 스타일에 있는가 스피릿에 있는가? 답하기 쉽지 않다. (물음 자체가 함정 같다.) 사실 난 답을 모른다. 그 답이 내겐 그리 중요하지도 않고. 애초에 내겐 특정 장르에 대한 충성심도 별로 없다. 그런 것을 의식하고 독서를 시작하진 않았다. 읽다보니 내가 좋아하는 책들이 어떤 카테고리로 묶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다시 그 카테고리에 속하는(속한다고 말해지는) 작품들을 찾아서 읽었지. 그리고 그 카테고리 안에는 실은 다양한 개성과 성격을 가지는 작품들이 한 데 묶여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같은 카테고리 내의 다른 하위 카테고리 책들을 이것저것 섭렵하면서 취향이 확대되어 나갔다. (그 하위 카테고리는 다른 상위 카테고리의 교집합이기도 하니까.) 내게 있어 장르는, 그렇게 비용이 적게 드는 취향 확대 도구(그리고 선선별 체)로서나 의미가 있다. 특정 장르에 대한 정의는 그에 구속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그걸 배반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사실, 이 장르는 이런 스타일이다, 저런 스피릿이다, 몇마디 말로 설명되거나 정의될 수 있는 장르엔 되려 별 관심 안 생긴다. 6. 하지만 이건 최근 빅토리아 시대 배경 순문학 2권 읽고 든 생각인데, 장르소설이 기존 문단에 받아들여진다면 아마도 스타일 쪽에 해당되는 구성요소부터가 아닐까 싶은데. 센스 오브 원더 따위의 스피릿이 아니라. (하드보일드 장르적인) 하루키 문학이 일본 문단에 받아들여진 이유는 상실감, 고독감, 환멸감, 무력감,옛 상처가 아파요 찌질찌질 등등의 하드보일드적 스피릿덕이라기보단 그걸 일본 현지화된 축축한 문체로 구현해낸 스타일(원래는 건조하고 간결한 문체가 주임. 육혈포, 버버리 코트, 강대한 세계 대 무력한 개인...) 탓이 큰 것 아냐? 7. 아, '이미 죽다'. 이 책 자체에 대해서는 그리 할 말 없다. 찬사를 듣는 이유를 도통 모르겠다. 하드보일드물의 스피릿을 뱀파이어물 스타일로 구현해냈다고 말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흐음, 그럴 리가 있나. 스타일마저 모조리 하드보일드 쪽이다. 뱀파이어 장르 쪽은 진부하지 않게 변박자나 넣어주는 보조 역활. (하드보일드 팬이라면 처음부터 끝까지 스토리 예측이 가능할 정도. 먼저 외톨이 늑대 탐정에게 곤경에 빠진 의뢰인이 찾아와 실종자 수색을 부탁하겠지. 그리고 탐정은 그 수색 과정에서 거대 조직의 암투에 휘말려 들어가 죽도록 고생하겠고. 힘들게 도달한 목표(여기선 실종자)는 이미 변질되어 있어, 바랐던 예전의 그 모습이 아닐 테고. 의뢰인이 착하다면 같이 하룻밤, 악하다면 소소하지만 따끔한 교훈...) 하지만 그런 조합은 너무 흔하고 진부하지 않나? 속편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이게 어디가 특별하다는 것인지 전혀 모르겠다. 속편 읽으면서 그걸 찾아보고 싶지도 않다.
1. 방어적 글쓰기에서의 간결체.
자기 주장을 옹호하는 글을 써 본 사람이라면 아마 대개 동의할 것 같은데, (사실판단 영역의) 방어적 글쓰기 속에서 간결체를 구사하긴 꽤 어렵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런 종류의 글에서 굳이 간결체를 구사하는 사람은 경험상 두 부류 중 하나다. 해당 분야의 달인, 아니면 생초보. 전자는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모든 반론의 수와 기본전제와 조건, 해당 바운더리, 허점, 구멍, 오류, 예외, 반증가능성.....)를 미리 다 심사숙고해 본 후 그걸 압축정리, 핀포인트 폭격을 구사하는 경우고... 후자는 음, 그냥 잘 모르니까 용감해서. ;; 내용을 보지 않고 문체만 들여다 보면 얼핏 둘이 꽤 비슷해 보이기는 하는데... 의외로 대개의 경우, 그냥 보면 알 수 있지 않나? 같은 인체 부위 촬영 동영상을 보아도 이게 야동인지 속옷 광고인지 대개는 눈치챌 수 있잖아. 그 방법론을 설명하진 못해도. 사실, 달인은 일상생활 속에선 조우가 거의 불가능한, 무시해도 좋을 분포확률인 듯하니까 둘 다 무시해버리면 간편하긴 하다. 실은 난 그렇게 한다.;;; 옥석구분 못하고 태우는 낭비가 아니라....기회비용의 문제다. 밸리에서 글 하나 읽고 든 생각. 2. 아, 그리고 달인의 경우조차, 그런 글에선 간결체가 아니라 만연체로 쓰는 글이 더 정확한 듯. 운신의 폭도 더 넓어 보이고. 물론 그러면 문장은 지독히 소심해보이고 지루해보이고 좀스러워 보이긴 한다. 하지만 그런 글들의 목적은 글쓴이의 쓰기 능력 자랑이 아니잖아. 3. 빅토리아 시대 배경 문학. 해당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빅토리아 시대에 쓰여진 것이 아니라, 후대에 그 시대를 배경으로 쓴 소설)들을 최근 두엇 읽었는데(영문학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좀 생겼음. '히페리온' 영향이다.), 한 가지 재미난 점이 있다. 작가들이 의식적으로 그러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당대의 기조랄까, 시대정서랄까, 한계랄까 할 만한 것까지 고스란히 복제하고 있다. 예를 들면, 삶에서 섹스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거나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것처럼 진지하게 시치미 떼기. 마치 당시 사람들은 무슨 무성분열 생식한 것처럼. ㅋㅋㅋㅋ. 소설 속 인물들의 동기에 대한 왜곡(실제 삶에 대한. 소설 속에서조차.)이 너무 커서 웃기다. 근데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은 당대의 문학들 읽으면서 그런 것 잘 안 느꼈을 것 같은데? 중요한 부분은 아닐지 몰라도, 어쨌든 거기에 걸려서 집중이 힘들어. ㅋㅋ. 4. 오, '올림포스'가 나왔다. 덧. 2번. 다시 생각해보니, 그 글들의 목적은 선동이 아니라 의외로 글쓴이의 쓰기 능력 자랑일 수도 있겠구나. 내가 글쓴이도 아닌데, 어찌 남의 목적을 알겠는가.;; 덧2. 3번. 이것을 일종의 장르규칙 같은 것으로 수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왜곡이라기보다는 시대정서 재현을 위한 필수적 배제. 흠, 하지만 그 당시를 살았던 인물이라고 해도 섹*스 등 관련 활동이나 성욕 등 관련 욕망이 아예 없었으리라고는 생각치 않는데 말이지. 스팀펑크 등 비슷한 시대를 배경으로한 장르소설에선 섹*스 관련 묘사와 서술을 잔뜩 하면서도 당대 분위기를 재현해 내지 않던가? 역시 영역이 다르니 그냥 존중해줘야 하나. 덧3. 1번. 말로는 구별 방법론을 설명할 수 없지만, 보면 대개 알 수 있다라.... 전체가 아니라, 만일 중간 5초 정도 분량만 잘라 본다해도 알 수 있을까? 만일 5초 분량만 가지고도 알 수 있다면, 스틸 컷 한 장으로는? 아, 카테고리가 '연속적으로 움직이는 영상'이니까...그럼 0.001초 분량으로는? 흐음, 알 수 없을 것 같은데. 하지만 실생활 중에 이런 엄격한 제약 조건을 다는 사람은 없겠지.
0. 아주 재미있었다. 멋지다.
1. 놀랍다. 난 이런 것이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에서 가능할 줄 미처 몰랐다. ;;; 게다가 밀도도 높아서, 비슷한 분량의 다른 장르책 3권을 압축해 먹은 것 같은 포만감마저 준다. 2. 음, 초반에 한 100페이지 정도는 솟구치는 짜증을 참으며 읽었다. 일단 재미는 있었으니까 읽긴 읽었는데, 뭐 이렇게 문학적 허례허식이 쩌나 싶어서. 줄거리 진행하는데 꼭 필요한 것 같지도 않은데 말이지. 영문학 전공한 작가가 나보다 영문학 많이 아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하지만 난 작가의 영문학적 지식 자랑 구경하려고 돈 지불하진 않는다구. 난 애초에 작가가 영문학 알든 모르든 별 관심 없어. 내 관심은 내 재미 뿐이거든 투덜투덜 이러면서. 그런데... 와, 이렇게 덕후력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구나. 이런 스페이스 오페라가 가능하구나. 3. 이공계쪽 긱들에게 전통적 (영)문학의 영역은 미답지역, 미개척지, 변방오지, 야만의 영역이다. 거기에 뭔가 가치 있는 것이 있는 것 같긴 한데(그렇다고들 그러니까.), 정말로 존재하는지는 의심스런 신비한 나라. 그 성취를 같은 방식으로 재현하기도 불가능해 보이고, 제대로 된 증명도 이론도 없는, 시행착오를 통해 습득한 전통기예들이 서로 충돌하며 잔뜩 축적만 된 영역. 그런데 작가 댄 시먼즈는 바로 그 오지에 선도투입된 탐험가처럼 행동한다. 미답지를 답사하고 돌아온 경험자로서 직접 보고 들은 해당 지역의 기괴한 풍속과 행태들을 자기 독자들에게 알아들을 수 있게 전달한다. 영문학 탐험 스페이스 오페라? 이건 그 세계에 매료되지 않았던 사람, 실제처럼 겪어보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모를 이야기들이다. 원래 유능한 전문가가 자기가 잘 아는 영역에서 전문가스럽게 일하는 모습만 보여줘도 재미가 있는 법인데(왜인지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대개 그렇다고 받아들여지더라. 아니라면 일본의 수많은 '전문지식 전달만화'('미스터 초밥왕' 등) 범람은 설명하기 어렵다.), 이건 해당 영역 자체도 무척 기괴망측하고 몽환적이고 야만적이다. 으, 이런 게 재미가 없을 리가 없다. 신기하구나. 4. 다만 (영)문학팬이라면 이 책 싫어할 것 같다. 변절자스럽다고. 5. 근데 장르문학팬들도 이 책 꽤 미심쩍어할 것 같은데.;;; 스페이스 오페라로 예술하네 던져버릴 독자도 많을 듯.(일리움의 기억이 없었다면 나도 초반 100페이지 읽다가 그랬을 수도. 물론 히페리온은 오락하지, 예술하진 않는다. ) 그럴 만도 한 것이 일단 초반 진입장벽이 꽤 높고(장르독자에겐), 그 뒤에도 작가가 계속 (장르 바깥의) 이방인처럼 의뭉스럽게 행동한다. (장르적 전통도 잔뜩 가져다 활용하긴 하는데, 그 태도가.) 전개 방식도 스페이스 오페라치곤 꽤나 특이해서 낯설고.(집중할 주인공 모호한, 몰입 방해하는 연작 형식임. 소망충족적 이입 요소는 박약.) 흐음, 사실 이 책이 휴고상을 어떻게 탈 수 있었는지 아직도 안 믿긴다. 독자투표 방식일 텐데, 그럼 이 책을 뽑은 장르 독자들이 서구 팬덤엔 그렇게나 많다는 뜻이야? 안 믿기는데. '알게논에게 꽃다발을' 뽑은 바로 그 독자들이 이 책을 뽑았다고? 6. 물론 둘이 같은 독자는 아니겠지. 미쿸에서나 만들어지고 돌아다니고 읽힐 수 있는 책인 듯. (영문학적 전통 활용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시장 이야기다. 시장규모가 크니 저런 양태가, 공존이 가능하겠지.) 그래도 여전히 작가의 배짱이 놀랍다. 출판사의 배짱이 놀랍고. 7. 이 책도 사실상 일리움처럼 "뒷이야기는 후속작 '히페리온의 몰락'에서 계속~" 식이다.-_- 그래서 난 다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자신이 벌인 이 잡탕난장극을 끝내 수습했는지 안 했는지 모르겠다. 분명히 못할 것 같긴 한데.... 그 세계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으니까, 뭐. 8. 난 마지막 이야기, 영사의 이야기가 가장 좋았다. 9. 아, 중간에 딴 생각한 내용이 시인의 이야기 중에 그대로 나와(전 포스트를 거기까지 읽기 전에 썼다.) 섬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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