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the OA' 시즌 1,2 감상

0. 그럭저럭 재미있었다.

1. 난 언제나 사람들이 사이비종교에 빠져드는 매커니즘에 대해 재미를 느껴왔다. 언젠가는 나도 사이비종교에 빠져 가진 모든 것을 날리고 인생 말아먹을 것 같다는 공포를 은연중에 가지고 있기도 하고. 그래서 여기서도 처음에는 신흥 컬트의 초기 성립 과정을 그린 것 아닐까 기대하며 봤다. 그러니까 여주가 사이비 종교 교주고, 난 그에 영향 받아 감화, 세뇌되어가는 5명의 친위대 중 1인이라고 이입해서 극을 따라갔다. 그래서 무서우면서도 재미있었음. ㅋㅋ 애정결핍 때문에 남의 관심을 끌려고 자신에겐 유령이나 UFO가 보인다고 거짓말하다가 스스로도 자신의 거짓말에 심취해버리는 아이들은 종종 있잖아? 피학대 등 끔찍한 개인적 경험 뒤에 보상 심리로 신흥 종교를 세우는 사례도 그리 드문 것도 아니고. 사실 저 모든 것이 그냥 여주의 망상일까, 진짜일까, 악의적 사기일까 의구심 품으며 볼 때가 가장 즐거웠지. 1시즌 결말까진 그래도 다양한 해석 가능성을 열어놔서 좋았는데 2시즌 시작되고 나선 어느 한 쪽이라고 확정해버린 상황이니 흥미가 줄어들었음. 

2. 시즌 2 조연 중 하나의 독서 취향이 사변소설(과학 소설이 아니라)인데, 추천작으로 옥타비아 버틀러의 책이 나온다. 대표작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꽤 마니악하네. 

일본 모 사이비 종교의 대중적 전파가 그리도 쉬웠던 이유 중 하나가 SF 장르 저변 확대 때문이라는 분석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지. 그래서 해당 종교 교리 좀 들여다보니 이거 완전 SF 클리셰 총집편이더만. ㅋㅋ 그 쪽으로 길을 개척한 선두주자 L. 론 허*바드도 있고. 내가 보기에 SF는 소외자, 부적응자, 루저, 아싸들이 모여들기 좋은 장르임.(따라서 종교나 사회운동으로 연결하기 좋다.) 사실 문학 자체가 그러하다. 이미 행복했다면 누가 문학 따위 붙잡고 있을까. 

3. 10대들은 무섭지. 한 번 믿게 되면 브레이크가 안 걸리니. 그 박력. 모 장면을 보면서 저게 만일 실제라면 생각하니(10대들이 죽은 친구 되살리겠다고 응급차도 경찰도 안 부르고 시체 주위에서 이상한 체조를 단체로 장시간 계속 하고 있다고 상상해보라.) 소름 돋았음. 칭찬이다. 내가 저들 중 하나였다면 저 미친 행동에 의미가 있다고 믿었겠지. 특히 스티브는 딱 친위대장, 행동대장으로 선두에 내세워 교적살해 등 희생양으로 써먹기 좋겠네.

4. 내겐 1시즌이 더 재미있었다. 그걸 더 확장 심화시키려 시도한 2시즌은 즐겁긴 했으나 큰 야심에 느린 손이 따라가지 못하는 느낌. 3시즌은 떡밥 보니 그냥 안 나오는 편이 낫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