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벤져스 : 엔드게임' 감상

0. 꽤 볼 만 했다. 이하 스포일러 많음.

1. 팬서비스로 가득한 상품. 팬들이 가장 보고 싶어하는 것을 제대로 파악해 제대로 보여준다. 덕후 소망 충족 머신이랄까. 그래서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고. 작가주의 관점 관객들은 이걸 아부나 영합이나 제자리걸음으로 볼 듯. 덕후들과 함께 보면 상영 시간 내내 탄성과 환호와 흐느낌이 그치지 않겠더라. ㅋㅋ 난 즐거웠다. 특히 각자의 과거로의 추억여행 부분.

2. 후반 클라이막스의 액션씬은 대규모 집단액션씬만 따지면 MCU 사상 역대 최고였다. 인피니티 워의 뿜기던 군사적 저능함도 없고.(없다기보단 잘 눈에 띄지 않는다. 할 수 있었으면 처음부터 계속 궤도폭격하지 왜 백병전 전개?)

3. 이미 정해져있는 결말에 끼워맞추기 위해 무리한 설정이나 편의적 전개를 남발해 거슬린다. 이건 후속작들에서 자잘한 추가변명들을 붙여 얼마든지 설득력을 부여할 수 있겠다. 그러나 한 작품 안에서 완결성을 가지지 못했다는 사실은 여전히 남음. 일단은 대단원이라니까.

4. 타노스가 "the 진정성" 하난 제대로 증명했군. 모든 것을 이룬 뒤엔 군대도 해산하고 스톤도 파괴하고 홀로 농사 짓고 있었음. 목표 달성한 뒤니 자신의 죽음마저 크게 개의치 않는다. 애초에 자신의 목숨도 목표 달성 위한 도구에 불과했고 절반 추첨에서 공정했으니.

전작에서 보여준 "최소한의 공감 여지는 남겨둔 악역"으로서의 캐릭터성이 망가졌단 비판 관련해선... 타노스가 마지막 가서 본말전도(애초에 나머지 절반을 살리기 위한 절반 멸망이었는데.)로 전우주 완전멸망을 시도하는 건, 이미 이겼고 완벽하게 마무리했던 일을 어벤져스가 과거로 시간여행까지 해가며 억지로 무효화시키려는 것을 봤기 때문에(그리고 그게 가능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발본색원 차원에서 그러는 것 아닐까? 이런 놈들이 있다면 절반 멸망 성공해도 안심하고 스톤을 파괴하고 죽을 수도 없잖아? 게다가 우주 차원에선 그저 미물일터인 지구인들이 그럴 수 있다면 다른 더 강대한 우주적 존재들은 더 쉽게 그럴 수 있겠지. 그러니 기회 있을 때 싹 다 죽이고(과거 되돌릴 가능성 남겨두지 않고) 새로 시작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을 듯.(무리한 논리비약인 것은 맞음.) 애초에 전작에서 온갖 간난과 고초를 다 겪었던 최종성장판 타노스에 비하면 아직 미숙한 풋사과 버전 타노스이기도 했다.

5. 캡아가 대의를 저버리고 사적인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히어로로서의 책임을 방기하고 동료들과 지금 세상을 저버렸다는 비판 관련. 난 그래서 좋던데. 원래 이기적인 사람 좋아한다. 사인도 아니고 영웅이 그래도 되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영웅도 사인이지. 행복추구권도 아마 가지고 있을 것 같다. 사실 그동안 얘는 보면서도 영웅이라기보단 자기 있을 자리 만드려고 무리하는 외토리 고아 보던 심정이었다. 자기 시대에서 낙오한 미아, 고아, 소외자가 드디어 행복하게 있을 수 있는 자리 찾아 돌아간다는데 응원해주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드디어 그 놈의 "어벤져스, 어셈블!" 한 번 들어보는구나. "헤일, 하이드라~."도.ㅋㅋ

6. 토르는 전작에서 홀로 오버스펙이라 너프가 필요하다고 생각은 했는데, 그걸 심리적 요인으로 걸었다. 폐인이 될 이유는 다 보고 나와서 생각해보니 충분했으나 관람 당시에는 제시가 부족했다고 생각했다. 얘는 적어도 한 번은 더 나오겠군.

7. 아이언맨은... 사실 마지막에 가서 어벤져스 1편 때처럼 갑자기 코믹하게 되살아나지 않을까 순간 기대하기도 했지만 작품 내외적으로 그럴 수 없는 흐름 맞겠지. 잘 죽었고 잘 은퇴했다. 작중 내내 최고의 비중으로 최고의 예우를 받음. 5번 관련, 대의와 사익 추구 갈등 관련 행적이 캡틴과 정확히 대칭으로 대조되는 점이 재미있다.

8. 헐크는 느닷없이 완전체가 되었네. 은퇴 플래그로군.ㅋㅋ

덧. 5번 관련. 다시 생각해보니, 지금 세상만이 아니라 무수한 많은 세상에 폐를 끼쳤군. 스톤 돌려주러 간 과거 세계에서 몇 십년을 눌러 살았으니 어쩔 수 없이 원래 세계선과는 다른 미세한 분기점들이 수없이 발생, 거기에서 평행세계들이 계속 만들어졌을 터. 이건 헐크가 에인션트 원에게 약속했던 평행세계 제로화, 미치는 영향 최소화 방침에 정면으로 반한다. 아무리 장삼이사로 신분 감추고 페기와 둘이 조용히 살았어도 그의 존재 자체가 이전 우주엔 없었던 새로운 변수니까. 

덧글

  • Skr 2019/04/26 01:25 # 삭제

    캡.아. 과거로가서 스톤 다 준것 어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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