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엑스맨 : 다크 피닉스' 감상

0. 볼 만 했다.

1. 평이 "불닭복동" 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엄청나게 안 좋은데다가 감독 자신마저 인정한 초망작이라길래 뒤늦게 봤음. 근데 의외로 볼 만 했다. 사실 난 초중반까진 역대 엑스맨 시리즈 모든 영화들 중 3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좋았고 열차배틀까지도 그런대로 즐거웠다. 심지어 허탈 마무리조차 무리수가 많다지만 난 받아들일 만 했음.

2. 배우들 연기 잘 하더라. 수많은 악조건 속에서 고군분투하던데. ㅋㅋ (눈과 얼굴 대부분을 거대한 바이저로 가리고 표정연기해야하는 사이클롭스, 애초에 진부하고 평평하고 뻔한 외계침입자 캐릭터를 던져준 차스테인, 때뚱맞은 감정선 연기해야 하는 에릭과 행크, 시리즈 최고의 인격자이다가 갑자기 오락가락 위선 뻔뻔 속물 빙의해야 하는 찰스, 뭔가 있을 듯 의미심장 굴다가 광속퇴장하는 레이븐...) 특히 소피 터너와 마이클 패스밴더. 캐릭터 감정선이 중2 사춘기 소년소녀들처럼 마구 휙휙 바뀌며 튀던데, 그걸 그래도 그럭저럭 설득력 있게 해줬음.

음악 좋았고 영상미도 좋았다. 톤도 좋았고 액션 구성도 생각 많이 한 듯 기존 능력들(에릭이나 사이클롭스)조차 진부하지 않게 잘 짜놓았다. 심지어 난 스토리도 큰 그림은 좋던데.

3. 그럼 뭐가 문제냐. 2번에서도 좀 썼지만 인물조형이 완전히 엉망이네. 장르가 슈퍼히어로물인데도. 특히 캐릭터 일관성은 그냥 대놓고 버린 수준이다. 이 전작의 인물들과 연결되지 않는 때뚱맞은 캐릭터들은 다 뭐냐. 일단 피닉스 포스는 이번에 우주에서 갑자기 들어온게 아니라 이미 진 내부에 있었다고 전편에서 밝히지 않았나? 원작 설정에서도 진은 애초에 피닉스 되기 위해 태어난 존재였고. 차라리 찰스가 어렸을 때 정신적 벽으로 피닉스를 가두어놓았는데 성장과 우주 사고의 영향으로 그게 깨졌다고 설명하지.(하지만 그럼 피닉스를 추적해왔다는 외계인들이 설명 안 되지.) 행크와 에릭은 미스틱에 대한 연애감정 정리한 지 수만년 된 것 같은데, 왜 갑자기 케케묵은 옛 사랑 타령하며 복수귀가 되는지. 에릭은 그게 자신이 평생 추구하던 대의(뮤턴트 권익 보호)를 포기(시리즈 내내 노력해서 겨우 제도권에게 보장받은 뮤턴트 공동체의 존립 자체를 위험하게 만들 테러행위 저지름.)할 정도의 감정이었어? 그리고 또 왜 그리 쉽게 접는지. 팬들이 고대하던 퀵실버의 액션이나 에릭의 아들 복선이 내팽겨쳐진 것은 괜찮다. 그건 그냥 설정낭비일 뿐이니. 그러나 찰스 하라구로설이야 이젠 거의 캐넌처럼 자리잡은 밈이긴 한데, 저 타이밍에 그걸 써먹다니 많이 무리수네. (시리즈 시간선에 따르면 고작 몇 년 뒤면 성인급 인격자가 되는데.) 레이븐의 초반 퇴장도 시리즈에 공헌해온 캐릭터와 배우에 대한 적절한 취급이라고 보긴 어렵겠다. 초반 퇴장이 필요하더라도 뭔가 화려하게 보낼 수도 있었잖아.(염력으로 팍 미니까 슥 죽었음. 진짜 글자 그대로. 원래 세상 모든 죽음이 어처구니 없고 허탈하다지만...  갑자기 급리얼주의 노선?) 심지어 레이븐은 분장마저 역대 최저급으로 성의가 없었음. 대충 그려 분장한 게 그 짧은 시간 안에도 잘 보일 정도로. 중요한 슈퍼빌런도 가진 힘만 거대하지 배우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밋밋하기 짝이 없고. 얜 애초에 나쁜 일도 별로 안 하지 않았나? (물론 살인 같은 건 많이 했다. 지구급 재앙 규모론.)

슈퍼히어로 장르는 사실 스토리가 아닌 캐릭터들로 시리즈가 계속 연결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캐릭터의 일관성, 설정 유지가 중요한 장르다. 그걸 모를 감독이 아닐 텐데? 왜 그랬을까.

덧글

  • 포스21 2019/09/06 14:43 #

    pc 에서 보는데 , 글씨가 너무 작네요. 폰트조절이 잘못된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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